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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공방(工房).

Diary/Fancy & Dream

by 루퍼셰르미 2006. 5.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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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인가부터 나의 꿈에 무엇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릿하고.....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또 그 꿈."
"깼어요?"
"응... 나때문에 깬거예요?"
"후훗. 그런거라면 좋겠지만."
"뭐예요. 그 반응은."
"당신이 깨기 전에 깼으니까요."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은 나를 옆에서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그. 이름은 일루라고 한다. 일루미누스가 본명이지만 다들 일루라고 부르니까. 칠흑처럼 부드러운 눈길이 나를 훑어보는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신이 그렇게 쳐다보니까. 분위기가 특이해요."
"뭐... 어쨌거나 당신이 갑자기 깬건 역시....?"
"또 그 꿈이었어요."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 가운을 걸치며 일어선 나는 한쪽 벽면에걸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밀빛이 도는 우윳빛의 피부위로 지나가는 검은 가운과, 그 위를 수놓는 벌꿀빛 머리카락. 그것이 나. 하지만 나는 나르시스트가 아니니까.

"보여줘요. 내가 꾼 그 꿈을."

나의 손길과 말에 이끌려 거울에는 내가 꾼 꿈의 내용이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붉게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보이는 투명한 빛. 그 빛은 흐릿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당신이 바라본 사람 중. 누군가의 빛이군요."
"일루?"
"엔느. 당신이 바라보는 건. 사람의 본질이잖아요."
"일루.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내가 바라보는게 어째서 사람의 본질인가요?"
"아. 그렇게 되나요? 그럼 본질 대신 본성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영혼의 빛이라고 할까요?"
"일루!"
"엔느. 잘 들어요. 당신이 본 꿈은 당신이 본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것 같군요. 내가 알려줄수 있는건 여기까지예요. 나머지는 아무리 내가 당신과 계약을 했더라도."
"알려 줄수 없는. 당신 세계의 이야기겠죠. 일루."

어느샌가 일루는 자신의 본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검은 고양이. 그러나 실제의 모습은 그것이 아니다. 일루의 본 모습은 칠흑과도 같은 검은 머리칼을 가진 미청년이라 할수 있겠지만. 그는 우선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어느샌가 일루가 입고 있는 검은 신관복과 그 위로 지나가는 금실의 자수. 그리고 신관복보다도 더욱 검은 그의 머리칼이 흩날리며 자수의 글자가 빛이 난다. 화려하고도 장엄해보이는 장면. 자수의 글자에서 나던 빛이 떨어지며 그의 발치에 둥그런 마법진을 그린다.

"일루미누스!"
"엔느. 지금부터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네?"
"당신과 나는 계약으로 맺어진 상태였어요. 하지만 그것을 바꿨습니다."
"네? 일루?"
"당신과 나는 이제 계약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맺어진 상태. 그러나 나는 당신의 일에 관여할수 없습니다. 그 꿈이 나타났기 때문에. 당신 앞에 그 꿈이 나타났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힘을. 그 꿈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일루.............. 그게 무슨..............."
"불타오르는 불길속. 그 안의 투명한 빛은 당신이 바라는 무엇인가일거예요."
"일루................?"
"난. 당신의 파트너예요. 이제부터. 계약마와 계약자의 관계가 아니예요."
"일루.... 그건 당신이........."
"당신에게 주는 내 선물."

미소짓는다. 일루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검은 표범의 모습으로 변한다. 나를 위해 자신의 계약 내용마저 바꿔가며.... 그는 내 곁에 있어 준다.





"일루...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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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꾸는 꿈의 내용을. 두 캐릭터를 빌려 써 봅니다.
배경은 말 그대로 마녀의 공방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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